「뭘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모르겠어요.」
브랜드 촬영을 처음 맡기실 때 저희가 먼저 드리는 건 견적서가 아니라 순서입니다.
모르는 상태로 오셔도 일이 굴러가도록 기획을 먼저 정리하고,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는 그 자리에서 같이 푹니다.
그 방식을 원칙 위주로 적어 봤습니다.
장소부터 함께 정하고 찍은 브랜드 캠페인 컷
의뢰가 오면 저희가 먼저 촬영 목적, 쓰실 곳, 컨셉 방향, 컷 구성의 규모, 진행 순서를 한 장으로 정리합니다.
비어 있는 내용은 저희가 질문드리고 채웁니다.
의뢰하는 분이 기획서 양식을 먼저 만들어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.
그 한 장을 보시고 맞는지 틀린지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.
의뢰하는 쪽 실무자가 따로 챙길 일이 거의 없게 만드는 것.
저희가 이 단계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입니다.
다른 곳에서 찍은 사진을 가지고 오시는 경우가 있습니다.
한 장씩 보면 나쁘지 않은데, 상세페이지에 순서대로 놓으면 흐름이 끊깁니다.
톤이 제각각이거나, 꼭 필요한 자리에 들어갈 컷이 빠져 있기도 합니다.
그러면 그 부분을 다시 찍어야 하고, 시간도 두 번 들어갑니다.
저희는 컷을 하나씩 정하지 않고 쓰일 자리의 순서대로 짭니다.
각 컷이 앞뒤 컷과 어떻게 이어지는지까지 보고 시작하는 이유입니다.
상세페이지 흐름 안에서 제 자리를 갖도록 찍은 컷
수액팩을 공중에 띄워서 찍어야 했던 제품 화보가 있었습니다.
스탠드로는 원하는 위치가 나오지 않아서 사람이 직접 들었습니다.
판 뒤에서 줄을 손으로 잡고, 조금만 안쪽으로, 조금만 위로.
몇 밀리씩 맞추다 보니 어느새 청기 백기 게임이 됐습니다.
화면에서는 그냥 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.
그 한 컷 뒤에는 팔이 아픈 사람들이 있습니다.
저희는 장비가 못 하는 일이면 사람이 하는 쪽을 고릅니다.
움직이는 장면은 현장에서 여러 번 맞춰 가며 찍습니다
작은 주얼리는 빛이 그대로 비치면 반사가 지저분해집니다.
그래서 흰 틀에 트레싱지를 붙여 촬영용 디퓨저 판을 직접 만든 적이 있습니다.
촬영 전날 스튜디오에서는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.
대표님이 시켰는데 뭐 하는지 모르겠다고요.
그 판으로 찍은 결과가 반지 완성 컷입니다.
저희는 제품마다 문제가 다르다고 봅니다.
그래서 판 하나도 그 제품에 맞춰 만들어 씁니다.
기본으로 합의한 컷만 찍고 끝내면 나중에 꼭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.
다른 사진은 없냐고요.
제품 촬영에서는 대부분의 분들이 그렇게 물으십니다.
그래서 저희는 정해 둔 컷 외에 각도와 구성을 달리한 컷도 함께 찍어 둡니다.
고르실 수 있어야 쓸 곳에 맞는 사진이 나오기 때문입니다.
연출이 기대와 다르게 나오는 날도 있습니다.
그때 미리 찍어 둔 컷이 있으면 현장은 거기서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.
기본 컷 옆에 구성을 달리해 남겨 둔 선택지
촬영 중에 소품이나 구성을 바꾸고 싶어지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.
저희는 안 된다고 하지 않고, 바꾸면 뒤의 컷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먼저 말씀드립니다.
자연광으로 찍는 날에는 시간이 지나면 그림자가 움직입니다.
중간에 소품을 바꾸면 앞 컷과 뒤 컷의 그림자가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.
되돌릴 수 없는 부분은 되돌릴 수 없다고 먼저 말씀드리는 편입니다.
그리고 찍은 컷은 중간중간 같이 화면으로 봅니다.
방향이 어긋나 있으면 끝나고 나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고치는 게 서로에게 덜 힘듭니다.
현장에서 함께 보며 맞춰 간 연출
브랜드 촬영을 처음 맡기시는 분이 알고 오셔야 할 것은 많지 않습니다.
무엇을 위한 사진인지 하나만 말씀해 주시면, 나머지는 저희가 정리해 가며 묻습니다.
촬영을 맡긴 쪽이 덜 지치는 것.
저희가 일하는 방식이 결국 향하는 곳은 그 하나입니다.
그래서 저희는 처음 맡기시는 분에게 숙제를 드리지 않고
함께 풀어 가는 순서를 먼저 드립니다.
이렇게 일하는 팀과 촬영을 이야기하고 싶다면